서론: 안주를 버리고 혁신을 택하다
2025년 7월, 삼성은 뉴욕 언팩 행사를 통해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에 대한 대담한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점진적 개선을 과감히 버리고, ‘갤럭시 Z 폴드7’, ‘갤럭시 Z 플립7’, 그리고 폴더블폰 대중화의 신호탄이 될 ‘갤럭시 Z 플립7 FE’라는 세 가지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이번 신제품 라인업은 두 가지 핵심 전략으로 요약됩니다. 첫째, 갤럭시 Z 폴드7은 ‘역대 가장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통해 기존의 무겁고 두껍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성을 향한 급진적인 개혁을 감행했습니다. 둘째, 플립 라인업은 플래그십 모델인 ‘플립7’과 가격 접근성을 높인 ‘플립7 FE’로 이원화하여, 프리미엄부터 준프리미엄 시장까지 모두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삼성이 폴더블폰 시장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장 공격적인 승부수라 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 Z 폴드7: 대중성을 향한 파격적인 타협
디자인 혁명: “이게 폴더블폰이라고?”

갤럭시 Z 폴드7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드는 생각은 “이게 정말 폴더블폰이 맞나?” 하는 놀라움입니다. 접었을 때의 두께는 8.9mm, 무게는 215g으로, 일반적인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과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전작인 폴드6와 비교하면 두께는 3mm 이상 얇아지고 무게는 10%가량 가벼워졌습니다. 이는 새로운 ‘아머 플렉스 힌지(Armor FlexHinge)’와 티타늄 프레임, 그리고 내구성을 높인 고릴라 글래스 세라믹 2와 같은 첨단 소재를 적용한 공학적 성과입니다.
화면은 더 넓어졌습니다. 커버 디스플레이는 6.5인치, 펼쳤을 때의 메인 디스플레이는 8.0인치로 전작보다 각각 커져, 유튜브 시청이나 전자책을 볼 때 훨씬 쾌적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울트라’급 성능, 타협은 없다
얇고 가벼워졌다고 해서 성능을 타협한 것은 아닙니다. 폴드7은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칩셋을 탑재했으며, 일부 모델에는 최대 16GB RAM이 적용되어 현존 안드로이드폰 중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카메라는 가장 극적인 업그레이드 중 하나입니다. 갤럭시 S 시리즈의 ‘울트라’ 모델에만 탑재되던 2억 화소 메인 카메라가 드디어 폴드 시리즈에 적용되었습니다. AI 기반 ‘프로비주얼 엔진(ProVisual Engine)’과 결합하여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위대한 트레이드오프: S펜의 부재
하지만 이 모든 혁신에는 중요한 트레이드오프가 있었습니다. 바로 노트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S펜 지원이 빠진 것입니다. 삼성은 극도로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S펜을 위한 내부 공간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는 일부 충성도 높은 ‘파워 유저’들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더 넓은 럭셔리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사용자들의 목소리: 빛과 그림자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대부분은 일반 스마트폰처럼 편안해진 그립감과 휴대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 펀치홀의 귀환: 두께를 줄이기 위해 디스플레이 아래 카메라를 숨기는 UDC(Under Display Camera) 기술이 빠지고 다시 펀치홀 카메라가 적용된 점은 몰입감을 중시하는 사용자들에게 단점으로 꼽힙니다.
- 거대한 ‘카툭튀’: 2억 화소 카메라 탑재로 인해 후면 카메라 범프가 상당히 커져, 케이스 없이는 바닥에 평평하게 놓기 어렵고 흔들림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내구성 및 발열 우려: 기기가 얇아지면서 내구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고사양 게임 등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 발열이 심하고 성능 저하(스로틀링)가 발생한다는 리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아쉬운 배터리와 충전 속도: 배터리 용량은 4,400mAh로 전작과 동일하며, 25W 유선 충전 속도 역시 그대로여서 아쉽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갤럭시 Z 플립7 & 플립7 FE: 시장 확대를 위한 이원화 전략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의 플립 라인업은 시장을 더욱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플립7: 완성도를 높이다
‘갤럭시 Z 플립7’은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며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4.1인치로 대폭 커진 커버 디스플레이 ‘플렉스 윈도우(FlexWindow)’입니다. 이제 폰을 열지 않고도 더 많은 작업을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셀피 촬영 시에도 시원한 화면으로 미리보기가 가능합니다.

배터리 용량 역시 4,300mAh로 늘어나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사용 시간을 개선했습니다. 엑시노스 2500 프로세서와 12GB RAM,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등 전반적인 성능도 향상되었습니다.

플립7 FE: 폴더블폰의 문턱을 낮추다
이번 언팩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전략적 제품은 바로 ‘갤럭시 Z 플립7 FE(Fan Edition)’입니다. $899라는 가격표를 달고 등장한 이 모델은, 전작인 Z 플립6의 디자인과 3.4인치 커버 스크린, 엑시노스 2400 프로세서, 4,000mAh 배터리 등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폴더블폰이 더 이상 초고가 프리미엄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화를 위해 한 단계 내려오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물론, 플래그십 모델과의 가격 차이가 $200에 불과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 이는 폴더블폰의 저변 확대를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됩니다.
AI, 폴더블을 완성하다
이번 신제품들의 하드웨어 혁신은 강력한 AI 기능과 결합하여 시너지를 냅니다. 삼성의 ‘갤럭시 AI’와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폴드7의 넓은 화면과 플립7의 새로운 플렉스 윈도우에서 더욱 강력한 사용성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플립7의 커버 스크린에서 바로 음성으로 제미나이 AI와 대화하며 정보를 검색하고 일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의 진화를 넘어, AI가 폴더블이라는 폼팩터의 경험을 어떻게 완성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결론: 폴더블폰의 ‘티핑 포인트’는 오는가?
2025년 삼성의 새로운 폴더블폰 라인업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갤럭시 Z 폴드7은 S펜이라는 상징적인 기능을 포기하면서까지 ‘얇고 가벼움’이라는 대중적 가치를 추구했고, 플립 시리즈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물론 S펜의 부재, ‘카툭튀’, 내구성 우려 등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또한 화웨이, 아너 등 중국 경쟁사들은 이미 삼성만큼 얇은 폴더블폰을 선보이고 있으며 , 2026년에는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도 유력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이 더 이상 시장의 선두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판을 바꾸기 위한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과연 삼성의 이 대담한 승부수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폴더블폰 대중화의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시장 반응이 주목됩니다.